출발부터 삐그덕 거렸던 동유럽은 추위와 허기와 우울한 날씨 힘들었던 시차적응, 얇은 지갑 등등의 이유로 내내 웅크리기만 했다. 낮지만 거대한 건물들의 위용은 멋있기도 했지만 압박감 또한 대단하였다. 먹고 싶은 음식이 있어도 혼자서 먹기엔 부적절한 경우 덕에 호텔의 아침 조식을 평균 식사량보다 두 세배 이상 먹음으로 하루하루를 버텼다. 겨울에 동유럽을 다시 올 일은 없을 거란 억지스런 다짐으로 하루하루를 버텼다.
속된 말로 어쩌다 얻어걸렸다고도 한다. 조금 다른 말로 하자면,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오래오래 아껴두고 싶은 곳. 나중에 반드시 - 겨울이 아닌, 찾아가야할 곳 Vysehrd
호텔 조식은 뭐 만찬은 아니었지만 날마다 같은 음식을 날마다 다른 듯이 맛있게 먹었다. 양식을 먹을 수 있게된 나에게 감사하며. 하지만 저 깊은 곳에서부터 끊임없이 올라오는 뜨끈하고 칼칼하고 매콤한 찌개에 대한 유혹. 버티다버티다 거금을 들어 프라하 시내에 있는 가장 유명하다는(심지어 맛.있.다.던) 한국 음식점을 찾아갔다.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김치찌개가 너무나도 먹고 싶었다. 찌개를 기다리는 그 기다림의 시간이란. 아 두근거리던 그 마음으로 찌개를 한 입 가져갔을 때의 그 느낌, 잊어버릴 수가 없다. 이런 소금에 쩔대로 쩐 쓰레기로 저렇게 많은 사람들을 모을 수 있다면 내가 여기서 식당을 차리면 프라하성이라도 살 수 있겠다는 자신감.
가장 비싼 쓰레기값을 치르며 그래도 안위할 수 있었던 것은 주인으로 보이는 여자가 참으로 친절했다는 것. 불친절하기까지 했다면 내 당장 식당이름과 간판을 올렸으리.. ㅋㅋ
충격적인 비주얼과 맛의 김치찌개(좌)와 매일매일 변함없는 내 일용할 양식(우) ⓒKWON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그녀가 소개해 준 곳. 비싼 쓰레기 음식 끝에 얻은 최고의 안식을 얻었던 곳, Vysehrad.
무엇일까 했는데, 프라하에서 가장 오래된 예배당이다. ⓒKWON
3시쯤 도착했는데 벌써 해가 지려고 한다. ㅠㅠ ⓒKWON
St. Peter & Paul 성당 ⓒKWON
St. Peter & Paul 성당 ⓒKWON
St. Peter & Paul 성당 ⓒKWON
St. Peter & Paul 성당 ⓒKWON
거리마다 넘쳐대는 관광객으로부터 벗어나서 일단 한적함에 마음에 들었다. 조금 늦게 도착한 탓에 (3시였단 말이다ㅠ) 조금 걸었는데 벌써 해가 지려고 해서 한쪽 부분을 미쳐 돌아보지 못했다. 깜깜하면 무서우니까. 나중에 알고보니 프라하 시내를 다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이었던 것이다. 프라하를 떠나기 전에 꼭 다시 한 번 가보려고 했는데, 날마다 걷고 삽질하느라 가지 못했고 귀국하던 날 아침에 성당아래까지만 다녀오는 걸로 대신할 수밖에 없었다.
가는 방법은 안알려주고 싶지만 ㅋ 지하철 C선 Vysehrad 또는 트램 Vyton 역을 찾으면 알아서 찾아갈 수 있다. 트램은 여러 대가 지나간다. 만약에 프라하에서 한국인이 많이 머무는 Akcent 호텔에 머문다면 걸어서 30분이면 갈 수 있을 듯. 물론 트램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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