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소소한 여행기

겨울 루마니아 - 험난한 여정

투어플래닛74 2015. 1. 2. 00:03

KBS에서 방송될 "블러드"를 촬영하러 가는 안재현과 구혜선(그녀는 더 중요한 인물이므로 출발직전에 알려주긴 했다)을 비롯하여 촬영팀과 함께 루마니아에 다녀오라는 제안을 받았을 때 주변의 눈길은 부러움을 넘어서 이글거리는 질투심으로 가득찼다. 희대의 미남미녀를 데리고 심지어 영계들과 함께 비행기라니, 라는 것인데 실상 나는 그들이 누군지도 모르고 있었지만, 이글거리며 벅차오르는 마음만은 같았다.

 

언제부터, 도대체 왜,인지는 알 수 없지만 확신하건데 오래전 둔황을 꿈꿨던 어느 시절을 지나 또다른 세계에 대한 무한한 동경이 동유럽이었다. 동유럽은 내게 성지순례를 떠나야만 하는 어떤 이들처럼 반드시 다녀와야만 할 곳이 되어 있었다.

루마니아는 입출국 나라가 처음의 일정과  달라져서  짧은 2박 3일로 축소되어야만 했다.

그런데, 뮤니크(부득부득) 공항에서의 어처구니 없는 일 덕분에 12월 10일 00:50에 도착했어야 하는 시비우를 10일  21시가 되어서야 도착했다. 이 말은 11일 브라쇼브에서 20시 05분에 출발하는 부다페스트행 열차를 타기까지 24시간도 남지 않았다는 말이다.

 

10일 저녁 마치 오래전 예천공항만큼이나 작은 시비우 공항에 도착했을 때, 공항엔 비가 오고 있었고 비행장에 내려 비를 맞고 들어가던 그 느낌은 참으로 묘했다. 무릎이 저절로 움직일정도로 추웠던 뮌헨에 비해서 포근했고, 이제 독일에서 벗어났다는 안도감이 기내에서 마신 포도주와 함께 온몸을 타고 흐르는 것이었다.   

 

시비우 공항에서 다시 마지막 짐 확인을 끝내고 최종적으로 인수인계를 마치고 IBIS 호텔에 도착했을 때 직원은 아주 친절하게 환대해줬고, 전망이 좋다는 최고층으로 방을 안내해줬다. 창밖을 내다보며 나도 모르게 혼잣말이 나왔는데, 그것은 낮고 짧은 말이었다.

-  루마니아 야경따위.

나의 혼잣말을 들은 내가 놀랐던 것은 두 가지 이유였는데, 나는 이제 늙었다는 것. 당당하게 혼잣말을 내뱉는 나이가 되었다는 것과, 그토록 바라던 동유럽을 이제 첫눈으로  바라보며 하는 말이 이런 자조적인 말이었다는 것이다.

 

 전망이 좋다는 프론트 직원의 말은 애교로 받아 들이기로 했다.

확실한 것은 맞은편 라마다호텔의 간판은 정말 밝았다는 것과 다음날 떠날때 보니 저어기 정면으로 보이는 탑이 중앙광장의 시계탑이었다는 것.

도로는 젖어 있었고, 내 몸은 물먹은 솜과 다를 바가 없었다. ⓒ KWON

 

 

거칠게 계산하자면 약 48시간을 잠을 제대로 못 잔 것이나 마찬가

지인 상태였다. 뮌헨에서의 충격과 스트레스가 너무나도 큰 것과 더불어 제정신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젯밤을 보상하듯, 속죄하듯 뜨거운 물로 오래 샤워를 하고 땀을 흘리도록 덥게 푹신한 침대에서 첫날밤을 보냈다. 여기는 동유럽인데, 밤새 꿈에서 컨베이어 벨트에서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가방의 숫자를 샜다.

 

 

뮤니크 공항이 궁금한 사람은 여기를 보라. http://blog.naver.com/playthelife/220218867409